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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나를 기록하는 습관, 이 시대 엄마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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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94회 작성일 2022-02-1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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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최은경 작가

“자기 경험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보다는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고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시면 삶이 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어지지 않을까요? 아이와 활동했을 때 기록, 교구 샀을 때 기록 등 나중에 다시 보면 ‘아이랑 이런 활동을 했었네’, ‘아이가 이런 말을 다 했구나’ 하고 아이에게 정서적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자산이 되지 않을까요?” 

19년 차 직장맘 최은경 작가가 베이비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이다. 최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는 습관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게 시작이었어요”라며 ‘시간 거지’ 엄마들에게 글쓰기를 조심스레 제안했다.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오마이북, 2021년)은 최 작가가 쓴 세 번째 책이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는 모토를 내건 진보언론 오마이뉴스에서 편집기자로 일하는 그는 열여섯 살, 열두 살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최 작가는 “가족 사이에서 ‘내 시간’을 내기가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 일인지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 내가 그 입장이 되면서부터다(189쪽)”라고 털어놨다. 

“글을 쓰는 데 필요한 몇 시간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는 게 엄마의 삶이었다(188쪽).” 최 작가는 ‘엄마’라는 이름의 시민기자들을 한겨울에 피어난 동백꽃 같았다고 표현했다. 열심히 활동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기 때문. “활짝 피었다가 봄이 채 오기도 전에 송이째 떨어지는 동백꽃. 좋은 소재와 주제로 글을 쓰면서 탁월한 문장력까지 갖추고 있던 그들은 왜 그렇게 반짝하고 나타났다가 사라져야 했을까(188쪽).”

최 작가는 힘든 일이라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글쓰기를 권한다. “글 쓰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려면 당연히 힘들겠지만 엄마 시민기자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193쪽)”는 바람을 책에서도 전했다. 지난달 26일 아침, 서울 도화동 베이비뉴스 스튜디오에서 최 작가를 만나 ‘사는이야기’ 기사를 편집하는 직장맘의 삶과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모든 세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온 게… 굉장히 좋은 업무가 아니었나”

“글을 쓰는 데 필요한 몇 시간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는 게 엄마의 삶이었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아이가 아파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아이가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어서, 양가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등등 엄마의 손길은 쉴 틈이 없었다. 가족을 돌보는 시간은 끝이 없는데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볼 시간은 많지 않았다. 열심히 활동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시민기자들을 볼 때면 늘 그저 아쉬웠다(188쪽).”

-늘 시간에 쫓기는 직장맘이신데 세 번째 책을 출간하셨어요. 책 쓰는 과정이 힘들진 않으셨어요? 

“업무의 하나로 팀 내에서 기획하고 진행한 거라 시간에 구애받진 않았지만 주 업무는 기사 검토니까 여기에만 할애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생각을 충분히 하고 글은 압축적으로 썼어요. 글쓰기 전에 생각을 오래 하고 있다가 써야지 하면 바로 써 내려가는 스타일이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고 애를 썼던 것 같아요.

세 번째 책은 하는 일과 관련된 것이라 정확하게 써야 할 것 같았고, 동료들에게 피해가 없어야 하고, 또 오해가 없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해야 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이 있었어요. 용기 내서 쓰고 책으로 냈어요. 19년 만에 제 일에 대해 쓴 거니까 시간이 오래 걸린 거죠? 일에 대해 쓰는 게 두려웠던 모양이에요(웃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중에 엄마들은 중간에 글쓰기를 중단하는 분들이 실제로 많다고 하셨는데요, 엄마들은 언제 글을 많이 쓰기 시작하고, 또 언제 중단할까요? 일종의 패턴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자기가 쓰고 싶다는 욕망이 차오를 때 기사를 쓰는 것 같아요. 쓰지 않으면 안 될 때. 엄마들도 세대별로 달라요. 30대는 결혼, 임신, 출산으로 인한 혼란스러움 그리고 그로 인해 겪는 부당함을 이야기해요. ‘프로불편러’죠. 저도 그랬고요(웃음). 40대는 아이를 좀 키운 상태라 슬슬 다시 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전업주부 혹은 직장에서 겪는 개인적인 고민이 많아지는 것 같고요, 50대는 육아는 끝난 분이 많아요. 부부관계 문제, 새로운 배움,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것과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쓰세요. 60~70대는 건강한 노후, 자식들에게 피해가 안 주는 노후, 배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시더라고요.
 
저는 20대에 회사에 들어와서 30대, 40대를 보내고 있어요. 제 세대 전후로 모든 세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살아온 게 굉장히 좋은 업무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먼저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는 분이 잘 없잖아요. 성찰하고 배운 걸 글로 담아 주시니까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크게 당황하지 않고 이해할 수도 있고, 그런 면이 삶에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 아빠들의 육아 이야기… 보통은 ‘육아가 이런 줄 몰랐다’


최은경 작가는 베이비뉴스 독자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는 습관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시민기자의 기사를 편집하는 일에 대해, 서평에는 ‘페이스메이커’라고 하기도 하고, ‘그림자 노동’이라는 표현도 썼더라고요. 가정에서 엄마의 노동을 ‘그림자 노동’이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이라는 의미인 것 같아요?

“사실 ‘그림자 노동’이든 ‘페이스메이커’든 그건 내 일이잖아요. 가족들도 내가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가정주부가 하는 일은 그건 일로 보지 않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엄마는 계속 일하고 있는데 그 일의 종류가 다르고 월급을 받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만약 가정주부가 가사 일을 하고 월급을 받는다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죠. 저도 전업주부 친구들 만나면 너는 일해서 좋겠다고 하소연을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좀 안타까워요. 그 친구들도 저보다 더 좋은 대학 나오고, 학교 다닐 때 성적도 더 좋았는데 임신과 출산으로 자기 혼자서 양육과 돌봄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쩌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제 마음도 속상하죠.”

-오마이뉴스 연재를 통해 ‘자신을 되찾은 엄마’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연재하다가 책도 출간하고 작가가 되기도 하던데요?

“저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첫 책을 냈을 때, 시민기자의 마음과 똑같았어요. 퇴근하고 일상에서 아이들의 이야기와 그림책을 엮어서 기사로 썼을 때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거든요. 이게 누가 쓰라고 해서 쓰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쓰는 거잖아요. 마감이 없으니 느슨한 활동이 될 수 있는데, 스스로 연재라는 걸 만들고 꾸준히 6개월, 1년 이상 써서 단행본으로 낸다는 건 정말 대단한 성취라고 생각해요.”

-작가가 되기 전 시민기자분들의 글을 제일 먼저 보시는데, 잘 되시는 거 보시면 발굴한 보람을 느끼기도 할 것 같아요?

“글 자체도 중요한 고려 요소이기도 하지만 사람에 대한 호감도 혹은 ‘이분은 이런 글을 잘 쓸 수 있겠다’라고 발견하고 ‘이런 글을 써 보라’고 제안한 후에 제 직감에 맞게 글이 들어올 때 희열을 느끼죠.” 

-아빠들 육아 이야기는 엄마들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보통은 ‘육아가 이런 줄 몰랐다’, 대부분 아내가 출산휴가가 끝나고 직장에 복귀했을 때 남편이 이어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가 많았어요. 상대를 이해하게 된 데 대한 이야기를 쓰고 ‘내가 너무 몰라줬구나’, ‘이 정도는 내가 해줘야 하는구나’ 나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 반성과 다짐, 새로운 도전, 그런 이야기들요.” 

◇ "아빠들이 아이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아쉬움이 덜 하지 않을까요?”


최은경 작가는 "아빠들이 아이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면 시간이 지나 덜 아쉬워하지 않겠느냐"며 아빠의 적극적인 육아참여를 권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19년 차 직장맘이세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게 해준 힘은 어디서부터 나왔다고 생각하세요?

“맞벌이할 때, 여자가 육아와 일을 같이 할 수 있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라고 봐요. 배우자와 회사. 두 파트가 굉장히 큰 지분을 차지해요. 나의 의지도 필요하고요. 남편 육아와 가사노동 분담도 필요한 것 같고, 회사가 육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출산휴가, 육아휴직이 어렵지 않은 직장을 다녔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한때 남편이 한 달에 한 번 쉰 적이 있어요. 1년 동안 12일 쉰 거죠. 그때 제가 육아휴직 중이었는데, 일했으면 둘 중 하나는 그만뒀겠구나 싶어요.”

-아이 키우는 일이 전 국가적 문제가 됐는데요, 선배 엄마로서 조언을 좀 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40대가 쓴 기사를 보면, ‘왜 아이가 어릴 때 유대관계에 신경을 못 썼을까?’, ‘왜 엄마한테만 전적으로 맡겨 놨을까’ 후회를 많이 하더라고요. 아이 낳고 밤에 아이가 울면 출근하는 남편 편하게 자라고 방을 따로 쓰는 부부들이 많아요. 그런데 저는 그러지 말라고 얘기해요. 그걸 같이 이겨내야 동지적인 관계, ‘결국 우리가 통잠 재우는 데 성공했어’ 이런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잖아요. 방을 따로 쓰게 되면 밤중에 내가 얼마나 아이와 고군분투하는지 아빠는 몰라요. 그 시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육아하는 아빠들이 많이 있어요.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손을 놓게 돼요. 아빠들이 학사일정 확인하는 게 어려워요. 저희는 둘째 아이 초등학교 들어갈 때 남편이 3개월 육아휴직을 썼는데요, 학교에서 연락받는 주 연락처를 남편 연락처를 썼어요. 저는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웃음). 남편이 받을 만한 연락은 남편 연락처로 쓰고, 학부모총회, 공개수업 다 남편한테 가보라고 했어요. 한 번 해본 것과 안 해본 건 다르잖아요. 해보면, 아빠들이 아이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아쉬움이 덜 하지 않을까요?”  

-아이 키우는 엄마 아빠들이 ‘사는이야기’에 어떤 이야기를 좀 더 들려주면 좋을까요?

“최근 시민기자 중에 한 분이 혹독하게 겪은 산후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으셨어요. '왜 이런 이야기 들을 수 없었을까? 왜 사회적으로 이야기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마침 한 대선 후보가 산후우울증 공약을 냈더라고요. 실제 어떻게 구체화 될지 모르겠지만 이런 다양한 이야기 나와야 정치나 제도적으로 개선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예전에 산후조리원 이야기 나왔을 때도 개인 경제 사정에 맞게 가야 하는 거 아니냐 했지만 공공산후조리원이 나오면서 나라가 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듯이 물꼬 트는 이야기가 사는이야기 통해 나오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사교육 이야기? 사교육 안 한다고 이야기하는 게 ‘산후우울증’ 이야기처럼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될까’하고 조심스러워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왜 사교육을 안 하고, 안 해도 어떤 식으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지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책으로 안 나오는 게 사람들의 관심이 없고 안 팔리기 때문에 안 나온다는 이야기를 농담 삼아 들은 적이 있어요(웃음). 다양하게 교육하는 방식의 이야기가 나오면 어떨까요? 홈스쿨링 이야기, 학교 다닌 경험이 있던 아이가 홈스쿨링하면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대치동에서 공부하던 아이가 시골로 내려간 이야기 같은 거요. 아이 교육과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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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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