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초등학교 입학 연령 낮추기? 가장 적절한 시기를 가르는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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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01회 작성일 2022-12-20 13:46본문
[모두의 유아교육: 앞으로, 아프로(兒Pro)] 5. 학령기로의 전이: 학부모는 불안하다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역사가 100년을 훌쩍 넘었지만 아직까지 유아교육의 본질과 특성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유아교육의 근간을 훼손하는데까지 이르게 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이들이 1년 일찍 초등학교로 진학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학제개편안은 비록 무산되기는 했지만, 일반인들과 정책입안자들의 유아교육에 대한 인식부족을 여실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통합, 즉 '유보통합'이라는 커다란 숙원과제를 두고서는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유아교육 정책을 바로세우기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한국유아교육학회와 함께, 앞으로 유아교육정책의 근간이 될 유아교육 철학에 대해 여섯 차례에 걸쳐 기획연재를 진행하면서 유아교육의 본질과 유아교육의 고유한 특성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아이가 발육이 빠르고 더하기 빼기를 할 줄 알고, 한글을 안다고 해서 학교 갈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베이비뉴스
유아교육학자로서 정부의 학제 개편안을 마주하며 만 5세 유아만큼 우려되었던 존재는 바로 ‘만 5세 자녀를 둔 유아부모’였다. 현재도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직장을 포기하는 부모들이 많은 상황에서 취학연령을 앞당기게 된다면 부모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들에 대한 걱정이 앞선 것은 사실이다. 처음으로 형식적인 제도권 교육이 시작되는 초등학교 입학은 다른 학교급 간의 연계나 전이보다 훨씬 의미심장하다.
◇ 부모의 발달 단계 및 역할 정립의 중요 분기점으로서의 자녀의 취학
자녀의 취학은 부모의 발달 단계와 그 역할을 정립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육아정책연구소, 2018).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은 부모에게 학교적응에 대한 걱정뿐만 아니라 이른 하교로 인해 길어진 방과후 돌봄 시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초등학교 이후 생기는 돌봄공백에 대하여서는 상대적으로 양질의 돌봄교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립 초등학교 선호 현상이 커지고, 결국 경쟁 심화와 사교육 확대로 이어질 거라는 우려도 크다(임혜정, 2017).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실컷 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놀게 하고 싶은 마음과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좀 더 일찍 배우고 익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심적 갈등이 시작되는 첫 관문이 유아 부모에서 학부모로 전이되는 시점이다.
◇ 유아기 부모의 유-초 간 심리적 전이과정
사실 부모의 불안감은 유아기 자녀를 둔 부모의 특성과 사회의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이 시기의 부모는 유독 자녀의 생존에 관한 고민이 많다. 당연하다. 유아기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의 생존을 위한 양육과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생활 습관, 생활 규범, 가치관 제공 등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필요한 존재론적 요구에 집중한다. 특히 영유아는 타인의 돌봄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지적, 정의적, 도덕적 소양을 발달시켜야 한다. 유아기의 특수성을 고려한 교육을 충분히 수행한 이후 다음 단계로의 전이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가 발육이 빠르고 더하기 빼기를 할 줄 알고, 한글을 안다고 해서 학교 갈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그보다는 스스로 보호하고 조절하고 자기를 표현하며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바른 인성을 형성하는 것이 유아기의 최대 발달과제다. 책상과 의자 사이즈를 작게 줄인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양방향 전이의 필요성
교육의 적절한 시기를 정할 때는 ‘언제부터 가능한가’가 아니라 ‘언제가 가장 적기인가’가 핵심이어야 한다. ⓒ베이비뉴스
유치원과 초등학교: 양방향 전이 모형. 한국교육개발원(2015). 초등학교 취학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과 지원방안. 연구보고RR 2015-06/ 그림 재구성). ⓒ한국교육개발원
유아교육자로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키워서 초등학교로 보내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초등학교에서 유아들의 발달심리적 요소에 대한 교육적인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초등학교에는 아이들의 간식시간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해보자. 유아기에는 하루 세 번의 식사만으로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채우기 어렵다. 따라서 식사와 식사 사이에 간식으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주어야 한다. 또한 유아들은 소장과 대장이 작아 소화 흡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식사와 식사 사이의 간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하지만 초등학교에서는 간식 제공이 의무조항이 아니다. ‘초등학교 1학년 교실마다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학교시설 중에서 화장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저학년 아동들에게 중요한 물리적 시설 중 하나이다. 초등학교 화장실은 영유아 보육 및 교육기관처럼 가정적인 분위기로 디자인되어 있지 않다(윤현영, 정유나, 2013). 순간적인 상황 판단능력과 생리적인 조절능력이 약한 1학년 아이들은 신체적 발달 수준을 고려하여 쉽게 조작하고 사용하며 인지할 수 있는 환경지원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의 일방향적인 전이만 생각하고 준비할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에서도 입학하는 만 6세 유아에 대한 교육적인 배려, 즉 양방향적인 전이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 교육의 적절한 시기: ‘언제가 가장 적기인가’가 핵심
초등학교 전이에서 가장 중시해야 할 대상은 유아이지만, 유아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유아 부모 요인을 생각할 때, 초등학교 취학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과 불안을 이해하고, 유아의 원만한 학교 전이와 적응을 위해 유아와 학부모를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교육의 적절한 시기를 정할 때는 ‘언제부터 가능한가’가 아니라 ‘언제가 가장 적기인가’가 핵심이어야 한다. 유아기에서 학령기로의 변화를 경험하는 아이들을 각자가 만 5년의 독특한 생활사를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배려 없이 어느 순간 하늘에 뚝 떨어진 존재인 것처럼, 공장에 반입된 원자재처럼 대해서는 안된다. 급격한 변화는 아이들의 존엄성을 해치는 일이다. 3월 1일자 초등학생이기 이전에 2월 28일의 유아를 이해해야한다. 부디 유아시기의 배움과 가르침의 함의에 진심으로 귀 기울인 정책이 수반되길 원하고 요구한다.
*이 글은 한국유아교육학회 홍보부 부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조경미 부산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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