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아동인권 영화 본 검사들 “유무죄 판단 아닌 아이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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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26회 작성일 2022-01-24 10:23본문
[현장] 법무부·세이브더칠드런, 아동인권 영화 상영회와 간담회 개최
“영화에서도, 우리 사회에도 아동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아동은 자신의 삶의 주체이고, 삶의 결정이 내려질 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아동이 보내는 작은 메시지를 듣고 빠르게 알아차리는 것이 바로 우리 어른들의 역할입니다. 아동보호체계 안에서 일하는 모두가 이 부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강미정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부장)
법무부와 세이브더칠드런은 19일 오후 2시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대강당에서 ‘법무부와 함께 하는 아동인권 이야기’라는 주제로 2021 아동권리영화제 수상작 상영회와 아동인권에 대해 논의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 법무부 여성·아동 인권 관련 간부 및 전담부서 관계자, 검찰의 여성·아동범죄전담부서 수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또 세이브더칠드런이 주최한 지난해 영화제에서 수상한 감독과 아동권리영화제 심사를 맡은 윤가은 감독, 법무부 블로그 기자단, 범죄예방정책국 대학생 저스티스 서포터즈 등이 함께했다.
어떻게 이 행사를 법무부에서 하게 됐을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베이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동과 관련된 현상은 범죄도 있고 정서적 괴롭힘도 있으나 전체를 포괄해 아동인권의 문제라고 본다. 복지적 관점은 별개의 문제고 배경인 인권은 법무부의 일”이라면서 “아동보호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범정부적으로 미래 세대인 아동에 대한 보호를 해나가자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상영한 다섯 편의 수상작에는 ▲‘최선의 삶’(대상, 김서진·반예림·조아혜 감독)은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늘 힘들어하던 주인공. 하지만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모든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을 깨닫는다. ‘토마토 정원’(최우수상, 박형남)은 청소년들의 학교생활 속에 소원의 풀이라고 불리는 토마토 꽃 앞에서 소원을 비는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의 감정과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아이’(우수상, 이성경 감독)는 부모로부터 도망간 아이가 다시 기관에 의해 학대 가정으로 되돌려 보내진다.
‘가족 2020’(EBS상, 염채원 감독)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강의가 시작되면서 함께 있는 시간이 없던 아빠와 딸이 단둘이 집에 있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머리가 자라면’(세이브더칠드런상, 장현호 감독)은 부당해고로 삭발을 하고 시위에 참가하는 아빠를 찾아간 아이의 모습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여준다. 머리가 자라면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아빠의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까.
◇ 아동 감독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해줬으면…”
‘법무부와 함께 하는 아동인권 이야기’라는 주제로 2021 아동권리영화제 수상작 상영회와 아동인권에 대해 논의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2부 간담회 장면.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주인공은 성인이 돼서도 어린 시절 아픈 기억에 갇혀있다가 결국 벗어납니다. 그만큼 어린 시절의 경험과 기억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아동 감독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와 감정이 있는 만큼 아동이 주체가 돼 활동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많이 조성되면 좋겠어요.” (‘최선의 삶’ 김서진 감독)
2부 간담회는 조항리 KBS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다. 영화를 제작한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영화를 감상한 참석자들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나아가 아동인권 보호를 위해 법무부에서 추진하는 업무와 현장에서의 경험들을 이야기하며, 아동인권의 보호를 위한 개선방안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마음을 움직이는 묵직한 아동인권 영화를 통해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동학대 사례 중 가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아동의 경우, 이를 면밀하게 살필 모니터링 주체가 빠져있는 것이 문제점 중 하나”라면서 “법무부는 지난 2월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를 위해 아동인권보호특별추진단을 출범했다”고 소개했다.
박 장관은 “이를 통해 행정절차가 진행된 이후 학대 피해아동을 모니터링하고, 국선변호제도를 더욱 활성화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피해아동을 도울 전담 변호사를 배속시키는 등 사후관리는 법무부가 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은 “인권보호를 관장하는 법무부에 와서 이 영화들을 보니 감동이었다. 아동의 시각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오준 이사장은 “우리 모두가 한때 아동이었지 않느냐”는 말을 던졌다.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여성, 장애인, 아동 중에 우리 모두가 경험한 것은 아동이지 않느냐는 의미다. 오 이사장은 “아동은 목소리를 낼 수 없고, 성인 모두가 과거에 아동이었음에도 학대하는 일이 일어나도 방관한다”며 “특히 아동이 아동의 인권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는데 대해 우리 사회와 어른들이 더 귀 기울여 경청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켜주었다”고 말했다.
◇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들에게 더 나은 게 무엇인지 고민하겠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 법무부 여성·아동 인권 관련 간부 및 전담부서 관계자, 검찰의 여성·아동범죄전담부서 수사 관계자, 수상한 영화 감독 등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안성희 아동인권보호특별추진단 팀장은 “재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각 영역의 대응 인력과 민관이 협력해서 거버넌스를 구축하도록 하는 게 아동인권보호특별추진단의 역할”이라면서 “학대 피해사건에 접근할 때 학대나 범죄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인권을 충분히 고려하고 대응 인력들이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앞으로도 아동보호를 위해 민관이 격의 없이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건을 처리하는 검사 입장에서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영화 감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김정진 수원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은 “검사 입장에서 가해자에게 어떤 처분을 하는 게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아이들이 가정으로 돌아가기까지 무거운 마음으로 피해자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들에게 더 나은 게 무엇인지 고민해야겠다”고 말했다.
권현유 대전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은 “아동학대 사건을 맡으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됐다. 검찰에서는 위기 아동의 단초를 초기 발견해 조치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기소 외에도 유관 기관, 아동보호전문기관 등과 다양한 기관과 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명지 안양지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는 “2016년부터 아동학대 전담을 해왔는데 사건 처분은 빨라졌지만 너무 유무죄 판단만 하는 건 아닌지, 영화를 보면서 ‘아,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인권에 대해 다르게 볼 수 있구나’ 느꼈다”면서 “극단적인 상황에 사건이 저희(검찰)한테 오기 때문에 (영화 상영회에) 겁먹고 걱정하고 왔는데 영화를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동인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권리 옹호기관으로서 2015년 가정 내 체벌 및 아동학대 금지에 대한 대중의 인식개선을 위해 국내 최초로 아동권리영화제를 개최했다. 아동권리영화제는 매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마땅히 누려야 할 아동의 권리를 아동의 목소리로 세상에 알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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